서평

[Vol. 34-3] 삼위일체와 구속언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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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날짜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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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혁교수, 역사신학

 

 

존 페스코 / 전광규 옮김 / 부흥과개혁사, 2019

 

    개혁주의 언약신학 교리의 꽃이라고도 불릴 수 있는 구속 언약에 관한 좋은 입문서가 최근에 출간되었다. 『삼위일체와 구속언약』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조직-역사신학 교수인 존 페스코(John Fesko)가 2016년에 출간한 The Trinity and the Covenant of Redemption (Christian Focus Pub., 2016)을 전광규 목사님이 한글로 옮긴 번역서이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에서 구속 언약의 역사적 기원과 발전을 다루고, 제2부에서 구속 언약의 석의상 근거(슥 6:13; 시 2:7; 시 100편; 엡 1장; 딤후 1:9-10)를 소개하며, 제3부에서 구속 언약과 주요한 조직신학적 주제들(삼위일체, 예정, 전가, 구원의 서정 등)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한다.

 

     구속언약 (pactum salutis)이란 “택자의 구속을 계획하고 실행하기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시간 이전에 맺은 삼위일체 내부 협약이다(166).” 성부 하나님은 성자 및 성령과 협력하여 구속 언약을 주도하는 분이다. 성부는 성자에게 택자들을 위한 언약 보증인 역할을 지정하시고, 성자를 보내시며, 성자의 사역에 대한 보상을 약속하신다. 성자 하나님은 자발적으로 낮아 지사 구속 사역을 완수함을 통해 자기 백성을 위한 구원의 보증인(surety)이 되신다. 성령 하나님은 복음을 택자들에게 적용하시기 위해 보냄을 받는 데 동의하신다. 성자는 성령의 능력으로 언약 보증인 사역을 수행하신다. 이처럼 성령은 성자의 사역에 참여하심으로 구속 언약의 당사자가 되신다.

 

   특히 성령을 구속언약의 당사자로 제시하는 저자의 노력이 주목받을 만하다. 저자에 따르면 구속언약 교리의 모델은 다수가 지지하는 기독론 모델과 소수의 지지를 받는 삼위일체 언약 모델로 나뉜다. 전자가 구속 언약을 “성부와 성자의 협약”으로 이해한다면, 후자는 이를 “성부 성자 성령 사이의 협약”으로 규정한다(163-165). 전자의 모델이 마치 후자의 강조점을 간과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이 약점이지만, 소위 “기독론 모델” 안에서 성령의 위치가 어떤 방식으로 논의되었는가를 탐구한다는 전제하에서, 이 구분은 17세기 저작들을 읽는 독자들에게 나름대로 유용한 해석의 틀을 제공한다.

 

    저자에 따르면, 구속언약 교리가 “처음으로 명백하게” 언급된 것은 1638년 스코틀랜드 국교회 총회에서 데이비드 딕슨이 알미니안 신학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연설에서였다. 그러나 17세기 중엽에 구속 언약이 조직신학적인 주제로 교리화 되기 훨씬 이전부터 구속 언약의 석의적인 토대는 이미 마련되었다. 『삼위일체와 구속언약』은 이 사실을 훌륭하게 입증한다. 전반적으로 저자의 논증은 리처드 A. 멀러와 칼 R. 트루먼의 선행 연구와 잘 부합한다. 또한 구속 언약이 왜 은혜 언약의 영원한 기초가 되는지, 구속 언약 안에서 행위 언약과 은혜 언약이 어떻게 통합되는 지, 그리고 구속 언약이 예정론과 칭의론을 비롯한 성경의 여러 교리들을 어떻게 연결하고 결합시키는 “힘줄과 끈”의 역할을 하는 지에 대해서도 저자는 탁월하게 논증한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17세기 개혁파 교회 안에서 구속 언약이 신자의 경건을 위한 삶의 교리로 활용된 측면이 본서가 다룬 주제들 안에서 생략되었다는 점이다. 일례로 사무엘 루더포드는 구속 언약 교리의 성경적인 근거를 논증하기 직전에 신자의 “죄죽임”(mortification) 교리에 대해 긴 지면을 할애하여 논의한다. 이는 구속 언약 교리가 아르미니우스주의나 소키누스주의뿐만 아니라 율법폐기론자들의 도전에 맞서 개혁주의 교회와 신학, 그리고 성경적인 경건을 수호하는 유용한 교리로 활용되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구속 언약 교리의 연구자들은 개혁파 전통에서 구속 언약이 차지하는 중요성이나 일차 자료의 방대한 분량에 비해, 이차 연구문헌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저자의 발견에 어렵지 않게 동의할 것이다. 이차 문헌으로는 멀러의 소책자 분량의 논문을 비롯하여, 트루먼(패트릭 길레스피), 빌렘 반 아셀트(요하네스 코케이우스), 마크 비치(헤르만 윗시우스), 마크 존스(토마스 굿윈), 캐럴 윌리엄스(데이비드 딕슨), 한병수(루더포드), 우병훈(딕슨) 등이 발표한 인물이나 주제별 연구 논문들이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저자 페스코와 역자의 귀한 노력으로 우리는 구속 언약 교리에 관한 단행본 수준의 한글 입문서를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본서가 언약 신학과 개혁주의 신학을 공부하고자 원하는 모든 독자들에게 좋은 안내자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을 확신하며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