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신이야기

[Vol. 34-1] 우리는 합신이다!(2019년 졸업식 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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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날짜19-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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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균 총장, 설교학

 

    프로 운동선수들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외딴 곳에 모여서 소위 지옥훈련을 하고 시즌에 나갑니다. 시즌에 나가는 운동선수처럼 합신에서 고된 3년의 훈련을 마치고 본격적인 사역의 현장으로 나가는 졸업생 여러분을 축하합니다.

 

    평생을 목회자로서 사람과 교회를 책임지며 살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게 가르쳐서 여러분을 내보냅니다. 그래서 우리 교수들은 여러분에게 미안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목사라면, 억만금이 쏟아진다 해도 무슨 짓은 해서는 안되는가, 길바닥에 나앉을지라도 어떤 길을 반드시 가야하는가는 분명히 가르쳤다고 자부합니다. 혹독한 목회현장으로 나가는 여러분이 안쓰럽습니다. “내가 너희를 보내는 것이 양을 이리 가운데로 보내는 것과 같다”하시던 우리 예수님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사실 나는 몇 년 전부터 제자들을 현장으로 내보내는 이때가 되면 우울증을 앓곤 합니다. 여러분이 나아가는 현장이 어떤 곳인가를 잘 알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 목회현장이 더욱 어렵고 혹독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려울수록 제대로 하는 사람은 진가를 발휘하는 법입니다. 그러므로 어려워지는 목회상황은 우리 합신인에게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복음을 들고, 주님의 이름과 그의 말씀을 앞세우느라 고난당하는 것을 명예로 여기십시오. 그리고 끝까지 그 길을 가십시오.

 

    목회현장이 혹독하든 탄탄대로이든 우리에게는 언제나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상황이 혹독하면 자포자기나 아니면 비겁하게 살아남으려는 위험이 우리 앞에 넘실댑니다. 탄탄대로가 되면 주제넘게 오만해지고 스스로 하나님의 자리에 올라가는 위험이 우리를 덮쳐옵니다. 그리하여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 없이 살게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들은 정신만 차리면 하나님을 완벽하게 붙잡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큰 교회든지 작은 교회든지, 도시든지 농어촌 산간이든지, 나라 안이든지 바깥 선교지든지, 주어진 사명에 목숨을 걸고 힘을 다하여 사역을 하십시오. 하나님의 인도를 따라 그곳이 갈라진 안전한 홍해길이든, 물이 넘실대는 두려운 요단강이든 앞으로 나아가기 바랍니다. 크고 두려운 광야길이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이든 우리가 할 일은 언제나 동일합니다. 여호와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길을 가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피로 값 주고 사신 존귀한 그의 백성들을 그분의 말씀으로 책임지는 것입니다.

 

    졸업을 증명하는 종이 졸업장 하나 들고 나가는 사람이 되지 마십시오. 합신의 정신과 실력을 가진 합신인으로 나가십시오. 그리고 교회의 유익을 위하여 살아남기도 하고, 혹은 죽기도 하십시오. 제발, 다시 부탁하건데 제발, “합신 사람들은 말은 많은데 행동이 없다”는 말을 듣지 않게 사십시오. “합신 출신들은 사람은 착하고 좋은데 자기를 던져 넣는 모험과 헌신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지 않게 사역하십시오. “신학은 뛰어난데 실천이 없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모욕입니다. 그리고 무례하지 말고 언제나 예의 바르고 매너가 좋은 멋쟁이 목회자가 되십시오. 교인들의 비판이나 하소연을 중간에 가로막지 말고 끝까지 들으십시오. 말로 대꾸하지 말고 변화된 행동으로 응답을 하십시오. 교인들과 교회에 사랑을 받게 되거든 부디 고맙다고 반응하십시오. 마지막 떠나보내면서 쓴소리들을 해대서 미안합니다. 자식은 언제나 위태위태 해보이는 아비의 심정임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 부탁입니다. 부디 모교를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누구에게 배웠는가를 잊지 마십시오. 한번 스승은 평생 스승입니다. 목회하면서 교회가 커지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선생들이 못나 보이고, 모교가 하는 짓이 맘에 들지 않게 되더라도 선생을 귀히 여기고 모교를 따뜻한 둥지처럼 여기십시오. 언제라도 여러분의 둥지로 돌아오고, 어떻게든 모교를 편들어주고, 어느 때든 힘이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교수들과 재학생들은 학교에 좀 더 남아서 여러분이 합신의 동문으로서 어디를 가든, 누구 앞에 서든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모교가 되도록 힘을 다하겠습니다. 진심으로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2019. 2. 19.

총장 정창균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