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 신학

[Vol. 34-3] 욥기 통해 하나님 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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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날짜19-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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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창학 교수, 구약신학 

 

 

    우주에는 의(義) 또는 정의라는 하나님의 도덕 질서가 존재한다. 의롭고 바른 삶에 축복과 형통이 따르고 악하고 그릇된 삶에는 낭패와 패망이 따른다는 질서이다. 특별히 잠언이 이 질서를 힘주어 가르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질서가 지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눈에 항상 인지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간의 눈에 세계는 혼돈과 무질서일 때가 너무 많은 것이다. 바르게 행했는데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기도 하고, 그릇되게 행했는데도 잘되고 형통하기도 하는 식의 현상적 무질서가 수없이 목도되는 것이 지상의 현실이다. 욥기는 이와 같은 혼돈스러운 질서를 대하는 신앙인의 고민이다.

 

    긴 토론은 생략하고 한 마디로 욥기는 이러한 납득이 안 되는 현실 앞에서 쉽게 좌절하지 말고 하나님의 깊은 경륜에 대해 생각할 줄 아는 새롭고 성숙한 신앙의 면모를 갖출 것을 권면하는 책이다. 당장 눈에 보이는 현실은 무질서 그 자체이지만 하나님은 궁극적으로 의의 통치를 하고 계시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는 있다. 하지만 적절한 하나님의 때에 의는 반드시 승리하고 형통하며 악은 반드시 패퇴되고 패망하게 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아무리 힘겨운 현실 속이라 하더라도 하나님은 하나님의 백성의 고통의 자리에 (안 계신 것 같지만 사실은) 늘 함께 해주신다는 사실이다. 욥기 3장에서 37장까지의 혈투에 가까운 긴 토론은 인간의 긴 고통과 무의미와 좌절의 현실을 상징한다. 그런데 이 현실은 38장 초두의 갑작스런 하나님의 등장에 의해 180° 역전된다. 하나님이 그 긴 좌절의 기간 동안 줄곧 욥과 함께 계셨음을 말씀해 주기 때문이다. 긴 부재(absence) 경험은 사실상 부재가 아니었고 다만 “감춰진” 임재(hidden presence)일 뿐이었다. 이 임재의 “감추임”에 대해 가르쳐 주려는 것이 욥기이다. 믿음마저 공중 분해되는 것 같은 좌절 속에서도 하나님은 결코 그의 백성을 떠나는 법이 없고 줄곧 그와 함께 계시다!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버틸 수 없는 자리, 믿음마저 공중 분해되는 것 같은 자리라 하더라도 하나님은 여전히 ‘거기에’(자기 백성과 함께) 계시다! 내 믿음이 무엇을 해낸다 생각하지 말고 오직 하나님의 자유로운 그리고 깊은 사랑이 나를 지킨다는 사실을 유념하도록 하자. 교의적 표현을 쓴다면 “저항할 수 없는 은혜”와 “성도의 견인”으로 표현되는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가 있기에, 그리고 오직 그것만으로 어떠한 위기의 순간을 지난다 해도 우리는 안전하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중에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시는” 경험이(시 23:4) 바로 하나님의 부재와 임재 경험이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우주 운영에 대한 우리의 마음의 태도이다. 하나님의 도덕 질서 운영은 우리의 눈에 다 이해되지 않는다. 욥기가 핵심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는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다 이해하거나 하나님이 하시는 모든 일에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들으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하나님의 우주의 운영이란 것은 인간의 이해를 훌쩍 벗어난(incomprehensible), 인간의 탐구 능력 아주 밖에 있는(unscrutable) 것이란 것이다. 이것이 바로 38-41장의 하나님 말씀의 주제이다. 때로는 혼돈과 갈등이 있고, 모순과 악과 부조리가 있고, 내 뜻과는 전혀 맞지 않는 고통스럽고 불유쾌한 일들이 일어난다. 물론 때로는 놀이와 기쁨의 요소도 함께 있다. 우리 삶에 왜 그러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며, 다만 우리는 우리의 이해 위의, 우리의 이해를 넘어서는(over and beyond our comprehension) 신비와 더불어 살아가게 되어 있다. 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굳이 표현한다면 “이해할 수 없음을 넘어선 이해”(understanding beyond ununderstandability)의 자세로 살아가야 한다. 다 이해가 안 되지만 우리는 우리를 위해 목숨을 버리신 그리스도의 크신 사랑과 이 큰 사랑으로 충만한 하나님의 크신 지혜를 믿는 믿음 안에 살아갈 수 있다. 퇸싱(D. L. Tönsing)이 욥기를 신자에게 “하나님의 자유에 대한 너그러운 사랑과 존경심”(the free love and respect for God’s freedom)을 지니도록 요청하는 책이라고 요약한 것은 잘된 것이다. 하나님의 자유에 대해 크심에 대해 눈뜨게 될 때 하나님의 백성은 하나님의 깊고 큰 사랑에 감사하면서 하나님과 이웃과 세계에 대해 넓은 마음을 품는 데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