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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3-2] 하인리히 블링거의 1567년 이슬람 연구서<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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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날짜1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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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33-2]
통권 194호, 발행일 2018년 6월 10일
박상봉 교수, 역사신학

 

 

   1521년에 이슬람 신앙을 가진 오스만 터키의 슐레이만 2세(Suleiman)에 의해 유럽의 관문인 베오그라드(Beograd)가 점령되었다. 1526년 8월 20일에 도나우(Donau) 강 근교의 모하치(Mohács)에서 발생한 전쟁에서 헝가리가 패배했다. 1529년 9월 27일에 오스만 터키가 오스트리아 빈을 공격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긴장된 사건들 속에서 서유럽은 오스만 터키에 대해 극도의 두려움과 경계감을 갖게 되었다. 동유럽이 오스만 터키의 영향 아래 놓이면서 이슬람 문제는 유럽 교회가 직면하게 된 커다란 도전 중에 하나였다. 종교개혁자들은 십자군 원정 때와 같은 전쟁보다는 가장 이성적이며 실존적으로 이슬람을 이해하는데 관심을 두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취리히 종교개혁자 하인리히 불링거도 오스만 터키와 이슬람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그의 이슬람에 대한 정보는 이미 중세시대 때부터 공유되어왔던 자료들뿐만 아니라, 또한 당시 동유럽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보고된 내용들을 통해서 각인된 것이다. 취리히 학교의 구약 신학자이자 당시 유명한 이슬람 전문가였던 테오도르 비블리안더(Theodor Bibliander)를 통해서도 구체적인 지식을 습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슬람 연구는 개인적인 흥미 때문이 아니었다. 신자들이 이슬람에 대해 바른 인식을 돕기 위한 일환이었다. 그래서 불링거는 1567년에 이슬람에 대한 핵심적인 지식을 제공하는 《터키》를 저술했다: (Heinrich Bullinger, Der Türgg. Von anfang und ursprung desz Türggischen Gloubens / der Türggen / ouch jrer Königen Und Keyseren […], Zürich 1567). 아주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긴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슬람의 교리와 이슬람이 확장하게 된 역사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불링거의 《터키》는 표지를 제외하고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1566년 11월로 표기되어 있는 서문은 저자인 불링거에 의해 쓰여진 것이 아니다. 그의 동료 중에 한 사람인 마티아스 에르브(Matthias Erb)가 《터키》의 편집자로서 쓴 것이다. 다음으로, 《터키》의 본문은 이슬람 교리와 생활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이슬람 신앙을 확장시킨 오스만 터키의 역사를 상세히 담고 있다. 끝으로, 불링거는 《터키》의 결론을 긴 기도로 마무리 하고 있다: 오스만 터키의 위협 속에서 큰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불쌍한 그리스도인들에게 긍휼을 베풀어 줄 것과 인간 모하멧을 믿는 터키인들을 온 세상의 구세주이신 예수 그리스도께로 돌이켜 주실 것을 간구한 내용이다.    

 

   《터키》의 본문에서 불링거는 터키인들의 신앙을 ‘마호멧의 신앙’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슬람이 인간에 의해 기원되었다는 것을 강조했다. 마호멧은 천사 가브리엘을 통해서 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지만, 그 내용은 거룩한 성경의 가르침에서 벗어난 거짓된 것임을 고발했다. 이슬람의 경전인 꾸란을 인간이 자의적으로 만든 ‘율법의 모음’으로 이해하면서, 그 속에 담긴 내용을 참되지 않은 거짓된 “사단의 가르침(tüfels leeren)”으로 인식했다. 이러한 꾸란에 근거한 이슬람은 변형된 유대교이자 ‘유죄판결을 받은 이단’으로서 잘못된 기독교라는 사실이 분명히 강조되었다.  

 

   《터키》에는 하나님의 섭리적인 입장에서 이슬람이 등장하게 된 이유가 소개되어 있다.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이 범죄했을 때 이방민족을 통해 심판하신 것처럼, 불링거는 “오늘날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기독교의 타락에 대해 하나님이 사라센인들과 터키인들을 사용하고 계신다는 것이다. 특별히, 삼위일체와 기독론에 대한 이단들, 로마 카톨릭 교회의 성상숭배, 교회의 폭력, 콘스탄티노플과 로마 사이의 계급투쟁, 인간의 전통, 비성경적인 의식과 예배, 성인숭배 등의 모든 죄악들 때문에 하나님의 징계가 임하는데, 즉 사라센인들과 터키인들은 하나님이 타락한 기독교를 징계하실 뿐만 아니라, 또한 회복시키시기 위해 사용하시는 채찍임을 밝혔다.

 

   불링거의 《터키》는 1567년에 출판되었다. 불링거의 생애 후반부에 쓰여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시기에 불링거가 《터키》를 집필한 것은 당시 이슬람의 도전이 얼마나 위협적이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동유럽에 대한 이슬람의 지배와 관련하여 서유럽에 닥쳐있는 위기를 당시 기독교 신학자들은 매우 심각하게 생각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불링거는 《터키》를 통해서 이슬람 신앙과 오스만 터키의 발호를 선명하게 지적하면서 당시 유럽 교회의 신자들로 하여금 신앙의 긴장을 놓지 않도록 권면한 것이다. 그리고 구원에 대한 여지와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의 대상이라는 것도 분명히 한 것이다.